[칼럼] 도밍고 컴퍼니(9화) – 또 다른 벽 | 레벨업 중

지난 주 일요일. 대구에 내려왔다. 처음 대구에 내려 올 때는 정말이지 싫었다. 대전에 두 달 일하러 갔을 때도 정말 싫었는데… 대구는 더 싫었다. 해당 프로젝트의 악명이 자자해, 조금… 무섭기도 했고. 이렇게 지방을 담당하는 직원이 되어가는 것 같아 싫었다. 나는… 서울에서 일하고 싶은데 말이다.

그렇게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몇 달간 정말 많이 배웠다. 내 파트에 정직원은 나 혼자라 꽤나 무거운 부담감을 갖게 되었고, 하루는 업무 걱정에 잠이 안와 새벽 5시까지 산책을 하다가 돌아와 잠이 들었다. 그래도 덕분에 내가 맡은 파트의 꽤나 깊은 부분까지 배우게 되었다.

프로젝트 오픈 전에 보안 이슈가 터져 쥐구멍에 숨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본사에 복귀해서는 해당 이슈에 대해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자신감을 얻은 나는 SWIKI 라는 팀내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기도 했고, 작년에 두번째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또 대구에 내려왔었다.

그때도 정말 내려오기 싫었다. 퇴사를 결심하고 보고를 한 뒤 마지막 프로젝트를 타지에서 진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결심이었다. 약속한 기간에서 3주를 더 연장했었고, 그 프로젝트를 끝으로 나는 퇴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 덕분에 프리랜서로 지금 대구에 다시 내려오게 되었다.

 

착하게 살아야 하는구나.

 

이번에 프리랜서로 일을 하기까지는 정말 많은 조각들이 모였다. 내가 일하는 방식이 싫지 않았기에 나를 다시 불러준 것도 있겠지만, 나를 추천해준 전 회사 상사들이 정말 많았다. 고객사 사람들은 물론, 짧은 기간이라 숙소를 구하기가 곤란했는데 흔쾌히 집에 머무르게 해 준 선배까지. 정말이지 지난 2주간 좀 더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몇번이나 다짐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나는 개발을 엄청나게 잘하는 개발자는 아니었다. 기술보다는 소통에 최적화된 개발자랄까? 일정을 산정하고, 상황을 보고하고, 이슈를 오픈하고 이 모든 사건들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환해 전달하는 능력이 내 개발 능력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기술력을 키우고 싶었다. 좀 더 기술적으로 고민을 하는 일을 하고 싶었고, 도밍고 컴퍼니에서 그런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걱정을 좀 하기도 했다. 나는 Android 개발만 4년 했지만, 최근 3개월간 python 개발을 하면서 java 자체를 다뤄보지 않았기에… 까먹으면 어쩌지?? 하는 고민이 있었다. 하하… 생각이 나더라. 코드를 보자 하나, 둘 떠오르더니만 몇 시간 보고 난 뒤에는 금새 익숙해졌다. 이거… 하루만에 이 프로젝트가 끝나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행복한 상상도 했다.

그래, 개똥이다. 그렇게 쉬울리 없지…

 

또 다른 벽. 한단계 성장의 기회

 

벽을 만났다. Android 개발을 하면서 이렇게 막막했던 적은 2년 전 http 통신에서 cache 문제를 겪었을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당시에는 사내 공통모듈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채 공통을 다시 개발해보겠다고 다 뒤집어 엎었는데, 기능이 동작하지 않아 땀을 꽤나 흘렸다. 그 뒤로는 아예 막막했던 적이 없었기에 이번 주에는 정말 크게 당황했다.

앱이 죽는데 Log 가 아무 것도 찍히지 않았다. 도대체 왜 죽는지 모르겠더라.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기에 여기저기 연락을 돌려보기도 했지만 이런 현상이 흔한 현상이 아니기에… 다들 난감해했다.

차분한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하나하나 진행해보았는데… 왠걸? 갑자기 되는거다… 개발자들은 되던게 갑자기 안되는 것 보다, 안되던 기능이 갑자기 되는 것이 더 무섭다. 하… 왜 되는거나…?

 

서울에서 혼자 도밍고뉴스를 만들면서 집중한 시간이 회사를 다닐 때보다 많았다고 생각했다. 헌데 이상하게 커피를 한 잔만 마셔도 밤에 잠이 잘 안오곤 했다. 프로젝트에 들어와서는 커피를 서너잔 마셔도 밤에 잠 잘~ 오더라… 스트레스를 받는 것 보다 피로감이 더 컸나보다.

퇴근 후 카페에 앉아 서너시간 도밍고뉴스를 개발했는데, 안전하게 구현했다 생각한 페이스북 정보 가져오기 봇이 에러가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숨이 나왔다.

동시에 두가지 일을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인간이 하루에 고도의 집중력을 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이미 프로젝트에 에너지를 쏟고 온 상황에서 도밍고뉴스에 다시 집중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더라.

 

기능 구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내 Android 스킬.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도밍고 뉴스. 어느 하나 쉬운게 없지만, 좋은 성장의 기회라고 생각이 든다.

혼자 일하는 것은 회사에 소속되어있을 때완 또 다른 고통들이 있더라.

 

시야의 확장. 겸손 타임

 

더닝 크루거 효과는 코넬 대학교의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가 1999년 제안한 것이다. 그들은 찰스 다윈의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와 버트런드 러셀의 “이 시대의 아픔 중 하나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무지한데,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사람은 의심하고 주저한다는 것이다”를 인용하고 있다.

코넬 대학교 학부생을 상대로 독해력, 자동차 운전, 체스, 테니스 등 여러 분야의 능력을 대상으로 실험한 그들의 가설에 의하면, 능력이 없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인다.

  1.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2. 다른 사람의 진정한 능력을 알아보지 못한다.
  3.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곤경을 알아보지 못한다.
  4. 훈련을 통해 능력이 매우 나아지고 난 후에야, 이전의 능력 부족을 알아보고 인정한다.

<위키백과 – 더닝 크루거 효과>

더닝 크루거 효과를 아는가? 얼마 전 이 효과를 보고 무릎을 탁! 쳤었다. 그래… 이거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무서운 이유는 이거다.

도밍고뉴스를 만들면서 배우고 싶은게 정말 많았다. 개발자로써 한층 더 성장하는 것은 물론, 서비스 기획이나 경영 등에도 경험을 쌓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내 무지가 불러온 착각이었다.

 

부족함을 느꼈으니 이제 시작이다. 무엇이 부족한지 알았으니 하나하나 채워가면 된다. 하나를 제대로 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다양한 재능을 가질 수 있다는 나만의 판타지는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도밍고 뉴스는 계속된다. 퇴근 후 시간과 주말 시간을 이용해 기필코 도밍고 뉴스 앱을 출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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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i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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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감성개발자 도밍고입니다. IT, 책, 축구, 커뮤니티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가장 핫한 트랜드를 간단히 요약하고 코멘트를 달아 여러분들께 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인사이트를 위하여!